거리로 나선 영화감독_인쇄할 빙고 음절_krvip

거리로 나선 영화감독_포커 챔피언 댄 빌제리안_krvip

<앵커 멘트> “내 영화를 상영하지 말아 달라” 독립영화 감독들이 이렇게 외치며 거리로 나섰습니다. 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지 그 내막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독립영화는 지난해 우리 영화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영화 제작에 정열을 쏟아야 할 감독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녹취> 양익준(‘똥파리’ 감독) : “직접적으로 문화를 만들고 자기의 견해를 자기 작품 속에 관객들과 만나려하는 직접적인 창작자들이 이런 공간에 나와서 배우도 아닌 사람들이 자꾸만 매체에 얼굴 드러낸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죠. 뭔가 막장까지 가고 있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고...” 독립영화 전용관에서 자신들의 영화를 틀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진행한 독립영화 전용관의 운영자 선정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녹취> 이충렬(‘워낭소리’ 감독) : "이번 공모에서 꼴찌가 1등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참 이상한 집단이라고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성적으로 말씀드려야 되는데, 저는 어떤 생각이 드냐면 도저히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달 1일 개관한 뒤 첫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독립영화전용관 ‘시네마루’입니다. 극장 바로 앞에선 며칠째 항의 시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감독들입니다. 이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작품을 만든 감독들이 모두 참여했습니다. <인터뷰> 소상민('나는 곤경에 처했다' 감독) :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관객 만나는 게 맞고, 사실 관객들이 저희 영화 보러 오신다라면 즐거울 것 같은데, 그런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저희 영화가 상영됐던 극장 앞에 서서 저희 영화 보지 말라고 얘기하는 감독의 심정은 착잡한 것 같습니다.” 감독들의 영화는 자본을 댄 영진위가 저작권을 갖고 있습니다. 감독들은 그렇더라도 혼과 열정이 깃든 자신의 영화가 독립영화전용관에서 상영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녹취> 이용배(영화아카데미 비대위 대표) : “단순한 판권이나 배급의 문제 이전에 기본적으로 창작의 주체인 학생들의 저작 인격권을 무시하는 몰상식한 행위입니다. 원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이전과는 다르게 취해진 이번 배급 결정이 영준위의 어떤 내부 경로로 이뤄진 것인지...” 왜 영화감독들이 이런 주장을 하고 나섰을까? 영진위는 지난해 말, 독립영화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을 공모제로 전환했습니다. 운영 위탁을 한 곳에 오랫동안 맡겨왔기 때문에 공모를 통해 투명성과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에서입니다. 그래서 2년여 동안 독립영화협회가 위탁을 받아 독립영화 배급의 전초기지 역할을 했던 ‘인디스페이스’도 지난 12월 문을 닫았습니다. <인터뷰> 고영재(‘워낭소리’ 제작자) : “영화진흥위원회의 사업 계획이나 문화체육관광부 여러 가지 입장을 통해서 왜 공모를 해야 되며, 그동안 수행했던 사업에 대한 평가는 어떠하며 그래서 이러이러하게 뭔가를 해야겠다라는 전반적인 계획들이 나온 문서가 없어요.” 두 번에 걸친 공모 끝에 ‘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가 전용관 새 운영자로 선정됐습니다. 하지만 선정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자료를 보면 실제 한다협은 1차 심사평가에선 4개 단체 중 3위에 그쳤습니다. 1차 때와 비교해 비슷한 계획서를 내고도 2차 공모에선 최고 점수를 받았습니다. 경쟁 단체인 ‘인디포럼 작가회의’와 객관적 수치가 드러나는 항목을 비교해도 한다협의 점수만 2차 심사에서 큰 폭으로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2차 심사위원 5명 가운데 2명이 한다협 대표가 속한 단체인 문화미래 포럼 관계자이고, 그 중 한 명은 심사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이런 의혹에 영진위는 기자회견을 열어 반박했습니다. <인터뷰> 조희문(영진위원장) : “정당한 절차와 공정한 심사를 거쳐 사업자를 선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과 다른 주장과 논란, 비난을 제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영화진흥위원회는 선정 과정의 경과와 결과가 정당했다는 것을 밝히고자 합니다.” 영진위 공모를 둘러싸고 영상미디어센터도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녹취> “저희는 수강생들입니다.” <녹취> “파행되면 책임지십시오. 위원장님이....” <녹취> “네. 책임지겠습니다. 그리고 수업들은 계속 진행될 거예요. 그러니까 염려 안 하셔도 될 거예요.” <녹취> “제대로 될 거란 보장이 없습니다.”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영상미디어센터. 누구나 영상 교육을 받고, 장비를 빌려 제작까지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일반 시민이나 독립영화의 꿈을 꾸는 이들이 마음껏 뜻을 펼칠 수 있는 공적 교육기관입니다. 한국독립영화협회가 8년째 지정위탁제로 운영하다, 영진위가 2차례 공모를 통해 시민영상문화기구’를 운영자로 선정했습니다. 하지만, ‘특정단체 밀어주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명준(미디액트 소장) : “지금까지 잘해 왔으니까 이제 바깥에서 하면 어떻겠느냐 하는 질문을 받았어요. 조금 납득이 안 갔죠. 잘 해 왔으면 계속 하려고 저희가 공모에 응했는데, 나가는 게 어떠냐고 물어본다는 게 좀 이해가 안 갔었고...” 1차 공모에서 최하위를 했던 단체의 계획서가 이름만 바꿔 재공모해 1등으로 둔갑했다는 논란입니다. 1차 공모에선 선정된 곳이 없었습니다. 2차 공모에선 1차에서 최하위권이었던 문화미래포럼이 시민영상문화기구라는 이름으로 같은 계획서를 제출해 선정됐습니다. 목차에 ‘중기계획안’이 추가됐을 뿐 내용과 도표 등은 똑같습니다. <인터뷰> 장원재(시민영상문화기구 대표) : “저는 유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1차 때 계획서는 제가 볼 이유도 없고, 1차 때에는 전혀 저는 관여를 안 했기 때문에 공모를 한다는 사실 자체를 아예 몰랐거든요. 그래서 전혀 거기에 대해서 인지한 바가 없습니다.” 단체 이름만 다를 뿐 같은 계획서를 제출한 셈인데, 두 번의 심사에서 점수는 눈에 띄게 엇갈렸습니다. 1차에선 48.4점에 그쳐 5개 업체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2차에선 76.8점을 받아 최고점을 기록했습니다. <인터뷰> 조희문(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 “1차는 등위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건 심사위원들도 마찬가지 왜 그런가 하면, 1차에서는 어느 경우도 기준점을 넘지 못한 거거든요. 말하자면 1차에서 모두가 탈락한 상태이기 때문에 등위 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다...” 심사위원 구성에도 문제가 제기됩니다. 2차 심사위원 5명 가운데 2명이 문화미래포럼 관계자였습니다. 영진위의 심사세칙인 ‘신청사업자와 이해관계가 없는 인사 중에서 심사위원을 구성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한 셈입니다. <인터뷰> 조희문(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 “특정한 단체 소속되어 있는 회원인지를 확인하지 못했어요. 몰랐고. 그런데 나중에 결과적으로 보니까 그렇게 되어 있다고 얘기합니다. 그러니까 저도 문화미래포럼 초기 발기인이었거든요. 특정한 단체를 갖고 얘기를 한다는 게 우습긴 하지만 초기에 결성돼서 활동했던 단계하고, 그 이후에는 구성멤버들도 많이 바뀌었고...” 공모에서 최종 선정된 단체들의 관계를 따져보면 특정 단체와의 관련성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시민영상문화기구대표는 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 자문위원이고, 한다협 대표는 시민영상문화기구 설립자입니다. 이들은 동시에 조희문 영진위 위원장이 설립자로 된 문화미래포럼의 회원이기도 합니다. 영진위의 사업체 선정 논란은 또 있습니다. 영진위는 고전, 예술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의 박물관이자 도서관격인 시네마테크에 대해서도 공모를 추진했습니다. 그동안 시네마테크를 운영해온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는 갑자기 운영단체를 공모할 이유가 없다고 합니다. 더구나 운영비의 70%가 후원금으로 자체 조달되는데 30% 정도만 지원하는 영진위가 공모에 나선 것은 월권행위라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 “어느 정도 지원금을 지원한다는 걸 명목으로 운영자를 공모한다는 건 사실 이치에 맞기 어렵다라는 거죠. 그리고 그것은 영화예술이나 문화영역에서 갖고 있는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고...” 시네마테크는 영화인들에겐 특별한 공간입니다. 상업 영화관에서는 볼 수 없는 의미 있는 고전을 상영하는 곳입니다. 이 때문에 유명 영화배우들이 자발적으로 후원하기도 하고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을 위해 이명세, 박찬욱, 김지운 등 유명 감독들이 총출동해 추진 위원회를 꾸리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봉준호(영화감독) : “기존에 그냥 조용히 잘 진행돼 오던 것을 불안하게 만드는 그런 것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는 듯한 느낌이어서 조금 안타까웠습니다.” 촬영지가 아닌 거리로 나선 영화감독들. 창의적이고 예술성으로 승부하는 영화계에 공모를 둘러싸고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서로가 승복할 수 있는 대안이 시급한 시점입니다.